사이다의 조각시

없는 척 여기다가

너덜해진 끝자락을

더 이상은 서로를 향한 중력이

미약한 그을림에

안녕, 나의 바다

어제의 꿈을 오늘은 깰 수도 있다는 것 오늘의 나는 알았으니 내일의 나는 몰랐으면 꿈을 꾸고 있으니 꿈 속이라는걸 알아챈 채로 꿈 속에 빠져드는 나의 꿈은 현실 속 자각몽일까 자각몽 속 현실일까 이 생각을 하는 이 순간 마저도 꿈 속이라면 내가 눈을 떠야 하는 곳은 어디쯤인지 꿈을 꾸게 만든 당신은 알려줄 수 있을런지 악몽인지 운명인지 모를 꿈에서 함께 해...

가끔 나는 내게 내가 死는 生의 이야기를 詩로 들려주고는 한다

위로만 치받으며 기어오르는 평생이지만서도 가끔은 가만히 멈춰선 채 위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싶었다고 한겨울 찬 바람 속에서 맨손으로 쥐어버려 간신히 손바닥만 달구어지는 커피잔의 온도라도 그렇게나마 따뜻한 세상의 끝자락을 잡아볼 수 있었다고 삶의 악취 사이에서 숨을 참으며 근근하게 살아가면서도 간간히 섞이는 사람 냄새에 안주하며 숨을 들이마신다...

네 고통에 박힌 가시들은 가시성이 있나봐

고통은 비가시성이어야만 하는데도 너의 가시가 너를 찌르는게 보이는걸 보면 네 고통에 박힌 가시들은 가시성이 있나봐 - 비가시성의 물리학, 사이다 -

싫음과 미움이라는 두 평행선 사이

bgm 사랑하는게 가끔은 버거워 차라리 싫어해버리고 싶은 순간 마저도 싫어하는걸 상상 조차 할 수 없이 너무나 소중한 당신이 되었기에 미움이라는 밀어냄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멀어져보려 했지만 미워하기도 싫어 결국은 미어짐과 스러짐만 반복하는 나는 그대 안의 싫음과 미움이라는 두 평행선 사이 어디 쯤에서 어떤 형태로 어떤 시간을 서성이고 있는지 - 시차, 사이...

다시 돌아올 달밤의 소나타를 위하여

보름달은 전선보 사이를 오르내리며 음표를 그리고 간간히 반짝이는 별들과 만나 점음표가 되기도 한다 까무룩 푸르스름해진 초저녁 하늘 위로 어스름하게 어둑해진 늦은 밤하늘 위로 모서리부터 붉게 물드는 새벽 하늘 위로 그렇게 소리 없는 연주를 위한 악보를 써내리고는 화안히 떠오르는 도돌이표 해 뒤로 쉼표가 될 준비를 한다 다시 돌아올 달밤의 소나타를 위하여 -*...

하루에도 몇 백 번 곱씹어 단물을 삼키고

나는 당신의 한 마디를 하루에도 몇 백 번 곱씹어 단물을 삼키고 곱씹고 또 곱씹어 단물이 다 빠질 때 쯤 풍선껌을 불 듯 당신의 말에 가슴을 부풀린다 아, 마침내 펑-소리가 나며 터져버린 내 마음도 단내음 한 꼬집 담아 그대 안에서도 곱씹어졌으면. - 곱씹음의 미학(味學), 사이다 -

나의 그림자가 널 위한 스팟 라이트였음을

사랑이라는 연극 속에서 나는 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지만 사랑에게는 언제나 무릎 꿇은 나머지 주인이 던진 공을 물어오는 노예 역할이 되고는 했다 감히 주인인 너에게 피날레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비참해진 나의 그림자가 널 위한 스팟 라이트였음을 이별이라는 막이 내린 다음에서야 깨닫지는 말 것 - 주인공, 사이다 -

적당히가 불가능한 것은 있고

뭐든 적당히 라는 것이 있기에 불안과 태평의 무게를 맞추려 늘 애쓴다 그런데도 적당히가 불가능한 것은 있고 불가능만이 가능한 그 모순 덩어리를 나는 걱정이라고 부르며 애써 맞춰놓은 무게중심을 무한대인 걱정의 무게로 무너뜨리고 만다 - 걱정의 무게, 사이다 -